인종의 앙상블, 인디영화 미래 밝히다
어머니의 장례식, 딸이 춤을 추고 있다. 가나 사람들은 장례식 날 춤(coffin dance)을 춘다. 마치 죽은 자를 위해 헹가래를 해주듯이. 그들은 망자를 눈물로 보내는 대신,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즐거운 작별을 하고 위족과 조문객들은 위로한다. 뉴욕 브롱크스의 가나 이민 커뮤니티. 컬럼비아대학 박사 과정에 있는 가나계 이민 2세 여성 사라(나나 멘샤)는 갑자기 평소 소원한 관계에 있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대학 교수직을 제안받은 애인과 함께 오하이오주로 이주하려던 참이었다. 어머니는 사라에게 기독교 서점을 유산으로 남겼다. 사라는 서점을 처분하려다 친척들과 서점 점원 핏과의 만남을 통해 이 작은 책방이 동네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도 재회하고 유럽계 이민들과도 교제를 나누며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에 속한 이민 2세대 여성의 가슴 아픈 순간들이 세대 간 갈등과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라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가나 이민 커뮤니티를 통해 어머니가 이민생활 동안 일군 공동체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프리카 사람들 특유의 유머로 표현된다.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의 정감 어린 손길들은 사라의 마음속에 끊임없는 문화 충돌을 일으킨다. 전통과 오늘의 가치가 충돌하며 생전에 몰랐던 어머니의 정신적 유산과 이민 커뮤니티의 가치를 관찰하고 함양하는 계기가 된다. 인디 영화의 미래를 밝혀주는 영화 ‘퀸 오브 글로리’는 치밀한 각본을 토대로 한 다크 코미디 형식을 취한다. 여주인공 사라를 연기한 작가 겸 감독인 멘샤는 2021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희망과 진실을 담은 뉴욕 사람들의 감동 스토리로 뉴욕에서만 볼 수 있는 인종 간의 앙상블로 가득하다. 영화는 죽은 자를 애도하는 가나 사람들만의 특이한 장례식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금빛 장신구로 단장하고 붉은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멋진 전통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라가 리드미컬한 북에 맞춰 몸을 흔들며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한다. 장례식은 삶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넣으며 또 다른 인연들을 이어가는 의례일 것이다. 김정 영화평론가글로리 오브 글로리